자동차 급발진 사고, 원인은 ‘소프트 오류?’

자동차 급발진 사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협

매년 증가하고 있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2024년 기준, 국내에서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건은 766건을 넘어섰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수치지만, 그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착각이나 조작 미숙” 혹은 “차량 설계 결함” 등을 지목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과학적 입증이나 제도적 인정으로 이렇다할 결론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서 지속적인 억울함을 호소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사고 원인은 의혹 속에 묻혀 흐릿해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과연 해외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국내는 여전히 원인 규명이 답보 상태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 급발진 사고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정부와 기업이 직접 원인 규명에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2013 도요타 급발진 사건, 원인을 알아내다

2013년, 미국에서는  도요타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로 총 6,200건이 신고되었고, 이로 인해 57명이 부상을 입고 89명이 목숨을 잃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미국 당국은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에 원인 조사를 의뢰했고, 그 과정에서 급발진의 배경 원인으로 ‘소프트 오류’가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소프트 오류란, 쉽게 말해 태양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나 대기 중 방사선이 차량 내부의 반도체에 간섭을 일으켜 순간적인 오작동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가설이나 추측에 머문 것이 아니라, 연구와 실험을 통해 급발진 사고의 원인으로 상당 부분 뒷받침되었습니다. 때문에 도요타는 전자제어장치의 취약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 없었고, 결국 피해자들과 대규모 합의에 이르렀고 약 40억 달러(4조 7천억 원)에 달하는 리콜 및 소송 합의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제트추진연구소(JPL)가 밝힌 이 소프트 오류의 의미는 단순히 자동차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자동차 급발진을 넘어, 우리 일상 곳곳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기반 시스템 전체가 언제든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경고한 것이었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급발진 (미국 나사 제공)

소프트 오류의 정의와 유발되는 원인

그렇다면 도대체 소프트 오류란 무엇일까요.

소프트 오류는 쉽게 말해 반도체 칩이 순간적으로 잘못된 신호를 내보내는 현상입니다. 반도체는 자동차, 스마트폰, 비행기, 의료기기 등 우리 생활 곳곳의 전자 장치 속에서 수많은 계산과 신호 처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외부의 보이지 않는 입자나 방사선이 이 회로를 스치면서 데이터를 한순간에 바꿔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노트에 적어둔 숫자 하나가 이유도 없이 다른 숫자로 바뀌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비유를 들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오류는 대부분 다시 고쳐 쓸 수 있습니다. 메모리라면 값을 다시 저장하거나, 기기라면 전원을 껐다 켜면 정상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래서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뜻에서 ‘소프트(Soft)’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우주선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입니다. 지구 대기권 밖에는 양성자나 중이온 같은 입자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대기에서 걸러지지만, 일부는 지표면까지 도달해 반도체 회로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둘째, 반도체 재료 속에 섞여 있는 알파 입자입니다. 반도체 칩은 실리콘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그 안에 미세하게 포함된 방사성 불순물이 자연적으로 붕괴하면서 알파 입자를 방출합니다. 이 알파 입자가 칩 내부 회로를 건드리면 순간적인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대기 중성자입니다. 지구 대기와 우주에서 오는 입자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지는 2차 입자입니다. 특히 고도가 높을수록 중성자 선속이 강해지는데, 그래서 비행기 순항 고도에서는 전자장비가 지상보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항공기 전자 부품이나 위성 장비가 소프트 오류 문제에 민감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결국 소프트 오류란, 우리가 눈으로 볼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아주 작은 입자들이 반도체에 흔적을 남기면서 생기는 순간적인 오류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오류 하나가 자동차의 전자제어 시스템, 비행기의 항법장치, 의료기기의 생명유지 장치에서 발생한다면 결과는 결코 작지 않게 됩니다.

대기 중성자 생성 과정
단일 이벤트 효과의 진행 과정

소프트 오류 위험 시나리오 | 자동차를 넘어 항공기까지 위협한 오류

소프트 오류는 실제로 항공 사고를 일으킨 사례도 있습니다.

2008년 10월, 에어버스 A330-303 항공기(콴타스 72편)는 고도 37,000피트에서 자동 조종으로 순항하던 중 갑작스럽게 기수가 급격히 하강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원인은 항공기의 관성 기준 장치가 잘못된 데이터를 출력한 것이었고, 컴퓨터는 이를 근거로 기수를 억지로 아래로 내리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승객의 3분의 1과 승무원의 4분의 3 이상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조사에서는 해당 장비의 소프트 오류율이 제조사 사양상 매우 낮은 값으로 제시되었으나, 실제 고도 환경에서는 훨씬 높은 오류율이 발생할 수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즉, 현실에서 일어나는 작은 오류, 이른바 ‘글리치(Glitch)’의 비율이 기존 예측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 사례는 소프트 오류가 자동차를 넘어 항공기와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서도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은 데이터 하나의 왜곡이 수백 명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프트 오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위험 요소입니다.

콴타스 72편의 피해 모습

소프트 오류, 예방은 가능할까?

소프트 오류는 태양에서 날아오는 보이지 않는 입자나 대기 중 방사선 때문에 생기기 때문에, 우리가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대비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교통사고를 완전히 없앨 순 없어도 안전벨트와 에어백으로 피해를 줄이는 것처럼, 반도체 세계에도 ‘예방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은 오류가 실제 사고로 번지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는 것입니다. 잘못된 신호가 발생해도 최종 결과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걸러내는데, 이것을 업계에서는 논리적·시간적·전기적 ‘마스킹’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잘못된 데이터가 들어와도 처리 과정에서 잡음처럼 흡수되거나 시간상 반영되지 않아 그대로 사라지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회로 자체를 튼튼하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트랜지스터 사이에 절연막을 두거나, 반도체 기판에 얇은 절연층을 끼워 넣어 충격을 완화하는 구조적 기술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마치 건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해 지진 충격을 줄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복구 장치입니다. 메모리에는 잘못 저장된 데이터를 자동으로 고쳐주는 오류 정정 코드(ECC)가 들어 있고, 중요한 계산 장치는 두세 개를 동시에 돌려 같은 값이 나올 때만 채택합니다. 하나가 삐끗해도 나머지가 바로잡아 주는 식입니다.

결국 소프트 오류는 발생 자체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실제 문제로 커지지 않게 차단하고,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복구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현재 가능한 최선의 예방책입니다. 작은 입자 하나가 불러올 수 있는 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와 산업 현장은 지금도 끊임없이 대비책을 다듬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오류,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

소프트 오류는 자동차 급발진 사건처럼 이미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로 드러났고, 항공기 사고 사례에서도 그 심각성이 확인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오류가 특정 장치에만 머무르지 않기에 반도체에 의존하는 모든 시스템, 즉 현대 사회 전체에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일 이벤트 효과와 반도체 소프트 오류의 평가’는 이러한 소프트 오류의 정의와 발생 원인뿐만 아니라, 업계가 시도하는 다양한 예방·보완 설계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한 전문 도서입니다. 자동차, 항공기 같은 실제 사례에서부터 반도체 수준의 평가 기법, 구조적 보완책까지 폭넓게 다루며, 소프트 오류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께 꼭 필요한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작은 입자 하나가 불러오는 거대한 결과, 그 메커니즘과 대응 방안을 깊이 알고 싶으시다면 지금 이 책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