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디자인이란? | 3D 배경 아티스트의 현실

레벨 디자인? 그게 뭔데 | 게임 배경은 단순히 예쁘고 멋있다고 장땡이 아니다.

게임의 몰입에 큰 영향을 주는 장치적 요소 - 공간

게임을 플레이 하는 입장이라면 ‘오, 배경 퀄 미쳤는데? 이번엔 힘 좀 준 듯?’ 정도겠지만, 디자인 하는 입장이 된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지게 됩니다.

‘뭐… 배경 정도야 그냥 최대한 웅장하고 예쁘고 멋있게. 이거면 된거 아니야?’ 과연 그럴까요? 배경은 그저 눈을 즐겁게 하는 장식이 아닙니다. 게임 플레이에 전반적 영향을 미치고 경험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기능적 요소입니다.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공간을 기억하게 됩니다.

  • 장르, 시대배경 등의 컨셉에 충실한지 (ex. 공포게임 – 공포감을 조성)
  • 어떤 장소(방향)에서 어떻게 막혔는지
  • 어느 장소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어디에서 완화되는지
  •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어디인지
  • 어떤 구조가 인상에 남아 게임 속 명소로 손꼽히는지

이렇게 장소로 받는 직·간접적인 느낌이 과연 게임의 스토리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가. 이런식으로 게임의 평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특히 RPG게임의 경우 배경은 특히 더 민감하게 작용하는데, 아무리 아름답고 웅장한 배경일 지라도 미세한 어긋남, 이질감 등으로 몰입은 한순간에 깨지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 깊이 몰두하면 할 수 있도록 구조, 동선, 스토리의 맥 등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그 ‘어색함’은 즉각적으로 감지되게 됩니다. 그렇기에 게임 배경은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장식적 요소’가 아닌 공간 자체 를 ‘설계’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겠습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해서 설계해야 하는 게임 속 공간

고질적인 반복 수정 | 배경 설계 작업 시 모두가 겪는 문제들

게임 제작 과업 내내 충돌하게 되는 각 파트 작업자들

게임 제작에서 반복 수정이 생기는 이유는 어느 한 부서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아직 표준화되지 않은 업계의 구조와 협업 방식 그리고 통일되지 않은 작업 언어로 이내 발생되는 자연스럽고도 고통스러운 현상입니다.

딱히 ‘어느 팀 누가 잘못이다!’ 라기 보다 아직 게임 제작 업계에 확실히 성립되지 않는 작업 프로세스 탓이기에,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들이 되겠습니다.

1. 기획이 잘 잡히지 않은 체 '느낌'으로 진행되는 경우

게임 업계에는 건축·조경처럼 표준화된 설계 언어가 아직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 의도가 “이런 분위기로”, “이 정도 느낌으로”처럼 감각적인 표현 중심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소통은 해석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고 후반에 어긋난 부분을 다시 맞추느라 수정이 반복됩니다.

2. 설계 문서의 빈 부분을 아티스트가 해석하게 되는 구조

게임 업계에는 건축·조경처럼 표준화된 설계 언어가 아직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 의도가 “이런 분위기로”, “이 정도 느낌으로”처럼 감각적인 표현 중심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인 소통은 해석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고 후반에 어긋난 부분을 다시 맞추느라 수정이 반복됩니다.

3. ‘좋은 의도’가 전체 구조와 어긋나게 만드는 경우

아티스트는 단순 시공자가 아니라 공간을 아름답고 설득력 있게 만드는 중요한 전문가입니다. 다만 설계 방향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을 때 아티스트가 “이러면 더 좋겠다”라고 개선하려 한 부분이 전체 레벨 구조와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실력 문제가 아니라 설계·표현 언어가 서로 충분히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 역할·결정 구조가 흔들리면 느려지는 협업 속도

기획·아트·개발이 모두 전문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협업 방식이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결정이 오락가락하거나 회의가 길어지는 일이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이때 배경 아티스트는 “최종 방향성이 무엇인지” 헷갈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일정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레벨 디자인, 원활한 작업을 위해선 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요?

원만히 그리고 잘 진행되는 레벨 디자인은 거창한 기술과 스킬을 갖고 있다고 해서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음 몇가지 기본적인 원칙만 이해하고 따른다면 기획/아트/개발 간의 충돌은 크게 줄어듭니다.

1. 레벨의 기본 형태(점/선/사슬/면) 구분
레벨의 네 가지 기본 구조: 점형, 선형, 사슬형, 면형을 도식화한 이미지

모든 레벨은 결국 네 가지 구조 안에서 움직입니다.

  • 점형 : 한 장소에서 머무르는 구조
  • 선형 : 단일 방향으로 진행
  • 사슬형 : 점과 선이 연결된 형태
  • 면형 : 오픈 필드처럼 경계가 넓은 구조

이 네 가지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작업 범위, 동선, 배치 방식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2. 자연스러운 경계(boundary)
이질적인 경계(왼쪽)와 플레이어에게 설득력을 주는 자연스러운 경계(오른쪽)의 비교 이미지

특히 점형·사슬형에서 중요합니다. 막혀 있는 이유가 설득되지 않으면 플레이어는 즉시 “왜 여기 못 가지?”라는 이질감을 느낍니다. 경계를 먼저 설계한 후 배경을 넣어야 충돌이 줄어듭니다

3. ‘어디까지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기준을 갖는다 (3D2D / 3D3D)
입체적인 3D3D 구조(왼쪽)와 평면적인 3D2D 구조(오른쪽)에 따른 작업 범위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미지

레벨의 차원 구조를 이해한다면 불필요한 디테일을 줄이고 정작 중요한 영역에만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됩니다.

  • 3D3D → 입체 구조·단면 이해 필요
  • 3D2D → 고도 변화가 없으므로 작업 범위가 훨씬 좁아짐

이 판단이 빨라지는 것만으로도 수정량이 체감되게 줄어듭니다.

4. 상호작용은 ‘전체’가 아니라 ‘부분적’이다
게임 속 차량의 모든 부분과 상호작용할 필요는 없음. 필요한 부분만 작동하도록 설계된 모습

디비전의 차량 사례처럼 게임은 모든 요소가 상호작용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사용하는 부분만 설계하면 충분합니다. 이 원칙만 이해해도 “왜 이렇게까지 디테일을 만들 필요가 없지?”가 명확해집니다.

반복 수정을 벗어나고픈 게임 제작자들에게

지금까지 언급한 문제들은 사실 필드에서 일하다 보면 바로 느낄 수밖에 없는 포인트들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인식했다고 해서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조직 전체의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를 논의하려면 우선 이 문제들을 글이나 말로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또한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그렇기에 꽤 많은 분들이, 어쩌면 업계 전체가 이런 답답함을 안고 일해 왔을지도 모릅니다.

  • 왜 수정이 반복되는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이유
  • 기획 파트와 디자인 파트의 서로 다른 의견 차이
  • ‘감’이 아닌 ‘논리적 구조’로 공간을 피드백해야 하는 필요성

이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낸 책이 있습니다. 레벨 디자인 작업을 감각이나 취향이 아니라, 팀 전체가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언어로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